이 곳에 바다는 없지만

예전에 사진 커뮤니티 중에서 가장 '예술적이다'라고 평가받았던 곳.

마치 찬란한 옛 영광의 이름인듯 불리우는 '레이소다'

 

나는 어릴 적 그 곳에서 활동했다.

특히, 사회의 환부를 깊게 도려내는 작가들에 심취해 있었다.

그들은 도시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그 곳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시스템 속의 부품처럼 취급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 작가들은 대부분 도시에서 바다를 찾았다.

풍부한 의미를 담은 그로테스크한 사진들과 함께.

 

왜 그들은 바다를 찾을 수도 없는 도시 한 가운데에서 바다를 찾았을까.

 

 

어렸을 때는 바다를 보면 그저 놀기 좋은 소년의 모습을 하고선 뛰어다니며 놀기 바빴다.

하지만, 나이가 점점 들면서 바다를 보고 있으면 하고 싶은 말들을 참게 되었다.

표현해내고 싶은 감정들은 저 깊숙히 숨겨둔 채 주머니에 손을 넣고 그저 바라볼 뿐이다.

 

먹먹함일까. 귀찮음일까. 답답함일까.

알 수 없다.

 

순간 바다 영상에 비친 바닥의 모습이 바다를 떠올리게 했다.

어디가 바다일까. 내 시선을 잡아끄는 이 곳이 바다가 아닐까. 잠시 생각했다.

 

 

 

바다라는 것이 어디인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허상에 비친 모습일지라도 내가 순간적으로 '바다가 아닐까' 생각했을 때는

진짜 바다라도 본 느낌이 들었다. 어떤 게 진짜 모습인지는 알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 순간만큼은 바다였다. 1초였을지라도.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사진을 보니 그들이 왜 도시에서 그렇게 바다를 찾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도시에서 바다를 볼 수 없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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