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노을의 아름다움, 시즈완 풍경지구

대만 여행의 첫째 날이다.

역시 남자들끼리의 여행인지라 가볍게 스팟만 정하고 다녔다.

그래도 큰 부담이 없었던 것은 '그래, 다음에 또 오자'라는 말 한마디면 심플하게 해결됐기 때문.

 

그래서 큰 기대를 하고 가지 않았던 저녁 여행지 중 하나.

시즈완 풍경지구.

 

가는 길은 역시 험난하다. 구글맵에 의존한 채 버스비가 얼마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갔다.

여행의 맛은 이런거다. 부딪혀보고 헤쳐나가는 느낌이 좋다. 마치 TV 프로그램의 한 사람이 된 것처럼.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 이건 정말 불변의 진리다.

 

지하철 패스로는 버스가 찍히지 않았지만, 인심 좋으신 기사님은 그냥 타란다.

가득찬 버스임에도 우리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기 위해서 사람들이 조금씩 더 들어가주셨다.

몇 정거장 뒤에 문이 열리자 노점상의 상인 분이 버스 기사님을 향해 주던 음료수도. 넉넉한 웃음과 함께 마시던 모습도.

 

여행지에서 받는 호의는 감동이 배가 된다. 감사할 따름.

 

 

나름대로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시즈완 풍경지구는 처음에는 그냥 예뻤다.

마치 퍼스에 살던 시절도 떠오르는 것 같기도 했다. 그 때는 퇴근 길에 간혹 이런 풍경을 보고 앉아서 구경도 했었으니까.

문득 이런 풍경을 편안한 상태에서 본 건 오랜만인 것 같은 느낌.

 

 

해가 지는 모습이 아름다운 것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가슴 속에 와닿은 적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그렇게 느꼈지만 그동안은 항상 일몰과 다른 일이 병행되어야만 했었다.

만일, 내게 '일몰만 보고와라'라고 한다면 좀 달랐을 것 같다.

 

 

이렇게 보고있나니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에 사로잡힌 기분이었다.

해지는 모습이 이렇게나 아름다웠나 싶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자리에서 뜨고 지는 풍경이지만

감히 오늘만큼은 정말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기억을 해두고 싶어서 카메라를 들 수 밖에 없었다.

 

가끔은 이런 풍경을 가슴 속으로 담아보자며 사진 찍는 행위를 스스로 낮추기도 해보았다.

하지만, 기억은 이내 다른 기억들과 일상으로 뒤섞여갔다. 그래서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이렇게 글과 사진이 있다면 그 때의 기억이 1/3이라도 남아있겠지.

그런 생각으로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 믿고싶지는 않지만 때때로 기록은 기억을 넘어설 때가 있다.

 

 

 

 

 

 

 

 

 

 

 

 

 

저녁 하늘의 아름다움은 내게 꽤 많은 것을 남기고 갔다.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아직까지 곱씹고 있는 것을 보면 꽤 맛이 좋았던 모양이다.

뭘 느꼈지는 명확하게 표현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와서 떠오르는 건

 

지나가는 배의 속도, 그에 맞처 일렁이는 작은 파도들, 사람들의 수다스러운 소리들.

이렇게 평범한 것들은 어쩌면 쉽게 사라질지도 모른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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