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집 밖을 나서면 꽤나 힘든 하루들이 펼쳐진다.

쉴새없이 일을 하고, 누군가가 나를 부르고, 선택해야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그렇게 뭘 했는지도 모르는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오히려 생각은 없어지더라.

 

하지만, 요즘 퇴근 길의 소소한 즐거움은 즐거웠던 때의 사진을 보며 그 때의 나를 떠올려보기다.

나의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좋은 건 그 때 내 마음을 떠올려보는 것이었다.

 

내가 즐겁게 무언가를 했을 때를. 행복하게 바라보던 것들을. 몸에 닿는 감촉들따위 말이다.

 

 

평일에 간 탄도항은 사람이라고는 찾기 어려웠다.

때는 4월달 봄이었지만 겨울을 방불케하는 추위와 저 색온도들. 기억이 났다.

괜히 웃음이 난다. 뭐가 그렇게 신난지는 그닥 떠오르지 않았지만 말이다.

 

 

역시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아마 취재를 빙자했던 나들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 때의 그녀는 나름 사진 찍는 걸 즐기고 있었는데, 요 근래에는 보정하는 것조차 일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같이 다니는 것과 그녀의 카메라가 요리조리 피사체를 찾을 때 즐겁게 찍혀주는 것.

 

그거면 조금은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실 바닷가를 찍을 때 저 먼 풍경을 즐겨 담는다.

어떠한 공간의 제약도 받지 않고 마음부터 자유로움을 느끼지만,

그녀는 늘 바다가 햇빛과 만났을 때 생기는 반짝거리는 빛을 담고 싶어했다.

 

사실 이전에는 크게 공감되지 않았던 부분인데, 어느새부턴가 바다를 찍는 나는 꼭 그 반짝거리는 빛을 담아내고 있었다.

아름다움은 도드라져야 아름답다.

 

 

그래서 그런가 이제는 어떤 것이라도 빛만 있으면 담아내고 싶다.

그래야 오늘 하루가 잘 마무리 되었구나 싶기도 하고. 여러 방면에서 좋더라.

 

 

바닷가에 가서 좋아하는 일 중에 하나는 바닷가의 풍경을 보는 것이다.

일하시는 분들을 보는 것도 좋아지만 이렇게 바닷가의 물건을 보는 건 꽤나 신기하다.

평소에 접할 기회도 없거니와 이런 물건을 보는 것만으로도 짐작해보게 된다.

 

 

 

 

 

이 날을 떠올리면 꽤 재밌었다.

멋진 사진을 찍자며 주차를 해두고 그냥 무작정 걷다가 다시 돌아와서 카페에 숨어있던 것들도.

해가 지는 것도 모르고 수다 떨다가 카페 사장님 덕분에 뛰쳐나가서 찍기도 했던 날.

 

거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완벽했던 날이었다.

조금 더 날이 시원해지면 이런 추억 하나 만들러 하루를 써야지.

 

이런 날을 보내는 이유가 있다면,

이 날의 즐거움을 가지고 곱씹어보는 것이 내게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

곱씹으면 이상하게 두 배가 되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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