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많이 부는 날만큼은 거추장스럽다.
딱히 즐거울 게 없는 바람이기 때문이다.
정면을 바라보면서 걸을 수도 없을 뿐더러 버려진 쓰레기가 내 몸을 스쳐지나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곳에선 예외다. 볼 일이 많지 않던 하늘을 바라보는 일도 가능해졌고, 지나가는 구름에 대해서도 논할 수 있다.
제주도에서만큼은 바람이 불던, 비가 오던 좋다.
감수성이 자라 숨쉬는 곳.
사람들은 그저 자신들이 할 일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꽤나 기시감을 들게 만드는 풍경이었는데, 이전에 용머리해안에서도 마주했던 모습이었기 때문.
인상 깊었던 이유는 몇 해가 지나 이제서야 알게된 사실인데,
자신의 모습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내면의 여유가 넘쳐야만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모습들을.
그런 모습을 마주하다가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날씨가 이랬다가 저랬다가 변덕을 부린다.
근데 아무렴 어때. 그냥 이 풍경이 보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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