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하게 떠난 여행이 남긴 것 #1


지금 내 나이 서른 두 살.

여행을 떠나기 전이나 무슨 일을 시작하기 전에 내가 처한 현실을 한번 더 떠올려보는 나이가 됐다.


하지만, 내 스물 한 살 때는 그렇지 않았다.

막무가내로 해보고 안되면 말고, 위험한 일은 다 해보고 돌아다니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내가 갑자기 해외여행을 떠났다.

2008년도. 그 때는 베트남하면 '여행을 왜 그런 나라로 가?'라는 물음으로 돌아오는 나라였다.

그런데 그냥 유학이 무산되고 아무 생각 없이 친구와 대화를 하다 출발했다.


베트남으로. 그 흔하디 흔한 론니 플래닛도 챙기지 않은 채.



이런 오토바이는 장난감처럼 타고 다녔었다. 무려 1000cc나 되는 걸 타고 다녔으니까. 철이 없었다.



유학이 무산되고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던 건 군대가기 전에 이 돈을 술마시느라 올인하기 싫어서다.

또한, 군대가기 전에 뭔가 추억하나 남겨보고 싶었다. 남들 다 가는 군대라지만 막상 내 일이 되니까 쉽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2년이라니. 아저씨가 될 것 같았다.


그런 연유로 떠나는 여행 앞에서 내 적금통장은 산산조각이 났다. 학교를 휴학하고 하루에 12-13시간씩 일하며 모은 돈이었다.

하지만 아깝지는 않았다. 군대가면 뭔소용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돈을 받자마자 베트남의 비행기 티켓을 끊고, 비자를 발급받았다.


무려 2주가 채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태어나서 첫 여행이었지만 계획은 없었다. 그저 한 달 정도 여행을 하고 오자는 것말고는.

베트남은 그 당시 여행지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은 없었다. 그저 공산주의 국가에 월남전이 펼쳐진 곳.

그리고 영화 알포인트의 배경이 된 곳이라 무섭다는 말 뿐.


나는 그래서 선택했다. 익숙하지 않은 나라라서.



막상 결정하고 나니 주위에서 수많은 걱정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베트남이 익숙치 않았던 시기라 더욱 그랬다.


"세상이 아무리 좋아졌어도 공산주의 국가야."

"후진국이라 카메라 비싼 거 들고가서 잃어버리면 어쩌려고 그래."


이미 저지른 일. 나보고 어쩌라는 걸까. 모르겠다 그냥 가보자.

그렇게 설렘 반, 짜증 반. 친구와 함께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인천공항에 처음 가보고서는 그제서야 좀 실감이 났다. 내가 한국땅을 떠난다는 것을.



처음 가 본 인천공항에는 왜 그리 사람이 많은 지.

저 사람들은 어디로 여행을 떠나는 것일까? 멋지게 출장을 가는 걸까?


여러가지 물음표만 담은 채 나의 첫 해외 여행은 시작되었다.




사실 출발할 때까지 별 감정이 없고 그저 설레기만 헀었다.

하지만 비행기를 타고 베트남 땅으로 들어오고 나서 총을 든 공안경찰들과 호객 행위를 하는 처음 만나는 베트남인들을 보며

갑자기 무서운 감정이 밀려들었다.


순간, 후회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좀 즐기면 어때?라는 생각을 했다.





출판사도 기억나지 않는 싸구려 여행 가이드북에 쓰여있는대로 가장 저렴한 로컬버스에 겨우 탔다.

그리고 그제서야 하노이에 위치한 '여행자의 거리'로 목적지를 정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설레임과 두려움. 그리고 베트남 현지인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 말이다.


그렇게 무작정 베트남 여행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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